MIDAS | 2019-04-25 

창업 2년이 조금 넘은 국내 스타트업이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메디웨일’이 연세대세브란스병원과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AI) 진단기기 ‘닥터눈’으로 눈 영상을 찍으면 불과 3분 만에 각종 안질환과 심혈관질환을 잡아낸다. 안질환은 95%, 심혈관은 83%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태근(28) 메디웨일 대표는 “안질환과 심장질환은 다른 병에 비해 자각증상이 약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며 “닥터눈으로 가까운 병원에서 저렴하고 간편하게 1차 진단을 하고, 이상소견이 나오면 상급병원으로 옮기는 체계가 구축되면 많은 이들이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뇨환자의 약 3분의 1은 당뇨망막병증을 함께 앓는다. 그러나 당뇨 검진 시 안과검사를 병행하는 의료기관은 많지 않다. 2016년 구글은 당뇨망막증을 95% 정확도로 진단한 AI를 개발해 의학계를 놀라게 했다.

전문의 수준의 AI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은, 사람처럼 학습을 통해 똑똑해지는 딥러닝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다. 구글 AI는 인도에서 수집한 눈 이미지 12만 장을 공부했다.

지난해 4월엔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당뇨망막병증 진단기기에 의료허가를 내줬다. IBM의 AI ‘왓슨’을 활용했는데 정확도는 87% 수준이다. 구글 AI에 비해 정확도는 다소 낮지만 의료기기로선 합격점이란 뜻이다.

최근 구글 AI의 핵심연구진이자 인도의 저명한 안과의사 라지브 라만이 메디웨일에 협업을 요청했다. 메디웨일이 95% 정확도에 당뇨망막증 말고도 황반변성, 망막질환, 녹내장 등을 집어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해서다.

메디웨일의 AI 닥터눈은 세브란스 안과의사들의 정밀한 분류를 거친 이미지 12만 장을 학습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과 아산병원, 실로암안과 등에서 임상 중이고, 인도의 가장 큰 안과인 쌍카라병원에서도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싱가폴, 베트남, 필리핀에서도 곧 임상이 시작된다.

닥터눈은 연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로 허가될 전망이다. 최태근 대표는 “의사협회에서 강력하게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국가검진에 1~2년 내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문의들이 눈 영상을 판독하는 데 드는 시간을 절약해줘 검진과 치료가 더욱 꼼꼼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눈 영상만 보고 안질환은 물론 심혈관질환까지 진단할 수 있는 AI 개발도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안과 분야의 최고 석학인 웡티엔 싱가포르 국립 눈센터장이 연구를 이끌고 있어 세계 의학계가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웡티엔 교수는 2004년 망막에서 드러난 동맥과 정맥의 두께 비율, 기타 혈관을 관찰하면 심장의 이상 여부를 알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었다. 당시 의료계의 공식 인정은 받았지만 예측도가 낮아서 실용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자칫 잊힐 뻔했던 이 논문은 메디웨일의 기술력, 경험을 만나면서 15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앞서 지난해 구글이 안저영상으로 심장과 당뇨 질환을 진단하는 AI를 개발했지만, 메디웨일 AI는 안저영상과 더불어 심장 CT 사진을 같이 학습해 정확도가 83%로 훨씬 높다.

무엇보다 심혈관 위험인자를 파악하는 공식지표인 ‘관상동맥석회화지수’(CACS)까지 예측할 수 있다.

미국은 100만 원대, 국내도 20만 원 이상인 CT검사를 5만 원가량의 눈 검사만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CT 검사와 달리 방사선 노출도 걱정할 필요 없다.

최태근 대표는 “곧 논문이 발표되면 각종 연구자료와 세계적 석학들이 메디웨일로 몰려들 것”이라며 “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물론 연구의 중심으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포항공대를 졸업하고 유통회사를 경영하던 최 대표는 녹내장 치료시기를 놓쳐 오른쪽 눈의 시력이 40%가량 소실됐다. 당시 녹내장을 발견하고 치료해준 의사가 임형택 연세대 교수였데, 그때 인연으로 최 대표와 의기투합해 메디웨일을 공동창업했다.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의대에 편입한 임 교수는 딥러닝이 가능한 흔치 않은 의사로 SCI논문도 80편 넘게 게재한 석학이다. 현재는 웡티엔 교수와 함께 싱가포르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최 대표는 “스스로 경험한 만큼 AI 눈 진단기술에 더 애정을 갖고 달려들었다”며 “쉬운 검진으로 초기에 병을 발견할 수 있도록 더욱 기술을 갈고 닦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