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라인네트워크 | 2024-06-03
고혈압, 허혈성 심장 질환, 심근경색증, 부정맥, 뇌졸중. 무시무시한 이 병들은 심혈관 질환에 해당한다. 심혈관 질환은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예방이 중요하다. 보통 심혈관 질환을 검사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검사 방식이 컴퓨터단층촬영(CT)이지만 비용이 부담되고, 촬영 방식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 한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CT 촬영을 하지 않아도, 망막 사진으로 심혈관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메디웨일이 개발한 닥터눈은 환자의 망막 사진으로 심혈관 질환을 예측하고 어느 단계에 해당되는지 알려준다. 또 추적 검사를 통해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최태근 메디웨일 대표는 녹내장을 진단 받으면서 망막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됐다. 평소 알고 지내던 임형택 안과전문의를 만나 눈 검사를 받은 그는 녹내장 진단을 받은 뒤, 임형택 안과전문의로부터 질병 예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망막 사진으로 심혈관 질환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가 오래 전부터 진행됐다는 것을 알게 된 최 대표는 곧바로 기술 개발에 나섰다. 그로부터 약 6~7년 뒤 ‘닥터눈’을 개발하게 됐고, 현재 건강검진센터를 비롯한 중소형 병원에 도입했다.
최태근 메디웨일 대표와 이근영 최고제품책임자(CPO)를 만나 ‘닥터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AI 기반의 의료 소프트웨어(SW) 진단 솔루션인 닥터눈을 개발했다. 지난 2021년 에스비아이인베스트먼트, 비엔케이벤처투자로부터 시리즈A 30억원, 시리즈B에서 기존 투자자와 이노폴리스파트너스, 아이피에스벤처스, 우리금융지주로부터 114억원을 투자 받았다.
인터뷰이: 최태근 메디웨일 대표, 이근영 최고제품책임자(CPO)
메디웨일을 소개해달라
최태근: 간단한 망막검사로 심혈관 대사 질환을 진단하고 있다. 콩팥, 간, 폐 질환 등의 질병을 미리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망막 사진으로 심혈관 질환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나?
최태근: 고혈압, 당뇨는 심혈관 질환을 일으킨다. 심혈관 질환이 일어나기 전에 미세혈관의 손상이 먼저 일어나고 그 다음 망막에 증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고령의 환자나 심혈관 위험군을 가진 환자는 눈에 출혈이 있거나 혈관이 막히면서 은색 선을 보이는 변화가 있다. 100년 전에도 의사들이 눈으로 심혈관 질환을 예측하기 위한 시도를 많이 했으나, 방법론이 정형화되지 못했다. 그런데 딥러닝 기술로 인해 망막 사진으로 심혈관 질환 예측이 가능해졌다.
심혈관 질환의 어느 단계를 예측할 수 있나?
최태근: 자사 서비스 닥터눈은 1~2단계에 있는 환자들이 3~4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도록 상태를 알려준다.
망막으로 어떻게 심혈관 질환 예측이 가능한 것인가?
이근영: 망막이 중요한 이유는 신체에서 유일하게 피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혈관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0여년 전부터 망막의 이미지를 잘 관찰하면 혈관계 질환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었다. 구글에서도 지난 2018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망막 이미지만으로 성별, 혈압, 흡연 여부 등을 예측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런 요소는 심혈관계 질환을 진단하는데 기본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성인들이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다. 여기에 망막촬영도 포함이 되는데, 건강검진센터의 데이터를 활용해 AI가 망막 이미지만으로 다양한 것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학습을 했다.
진단에 대한 정확도는 얼마나 되나?
이근영: 망막 사진과 CT 사진을 5년 동안 추적 관찰하면서 비교해본 결과, 자사의 AI 서비스와 CT가 동일한 성능을 보였다.
같은 정확도라면 CT대비 닥터눈의 이점은 무엇인지?
이근영: 심장 CT는 비싸고 (소량이지만) 방사선에 노출된다. 또 병원은 CT 도입과 동시에 방사선사, 영상학과 전문의 등을 고용해야 한다. 환자는 CT 촬영을 위해 옷을 갈아입고 20분 이상 가만히 누워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에 반해 망막 촬영은 간단하다. 30초 만에 검사를 하고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방사능 노출이 없다.
환자들은 망막 촬영 후 닥터눈을 통해 결과지를 받아볼 수 있다. 심혈관 질환이 저위험군, 고위험군에 해당되는지 알 수 있고, 추후 위험도를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서비스 개발은 얼마나 걸렸나?
최태근: 개발부터 고객 도입까지 약 6~7년 정도 걸렸다. 서비스 개발 후에는 어려운 점도 있었다. 망막사진으로 심혈관 질환을 예측한다는 것이 새로운 개념이어서 내과 의사들이 받아들이기에 어려웠다. 그러나 심혈관 질환을 미리 찾아 관리해야 한다는 시장의 수요가 분명했고, 닥터눈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알려주면서 최근에는 지지를 얻고 있다.
데이터가 중요할 것 같은데, 망막 사진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하고 있나?
이근영: 국내 병원의 경우 기술 협약을 통해 데이터를 가져오고 있다. 세브란스 병원과 연구를 했고, 검진센터, 중소형 병원들과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는 네트워킹이나 연구협약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또 세계에서 권위를 가진 싱가포르내셔널아이센터(SNEC, Singapore National Eye Centre)와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닥터눈 결과로 보험 청구도 할 수 있다고?
최태근: 국내에서 외래 환자 대상으로 처음으로 AI 보험코드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비급여까지 통제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AI 기술이 비급여 코드를 받은 사례가 많지 않다. 망막 사진으로 심혈관 질환을 예측하는 기술이 전세계에서 상업화된 사례는 메디웨일 밖에 없다.
닥터눈을 쓰는 곳은 어디있는지?
현재 150개 의료기관에 설치했고, 닥터눈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환자는 40~50명 정도다.
닥터눈을 도입한 병원에서 어떤 피드백을 받나?
최태근: AI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싶어하는 의사분들이 있고, 아직 AI를 탐탁치 않거나 신뢰도가 크지 않은 의사분들도 있다. AI에 관심이 있는 의사분들은 본인이 보지 못하는 것을 AI가 봐줌으로써 시간이 단축된다는 것을 경험한다는 피드백을 준다. 반면, 진단 결과가 본인의 생각과는 다르고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실례로 한 병원에서 20대 환자분이 검사를 했다. 외관상 특별히 나빠 보이지 않았는데 검사 결과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환자에게 직접 물으니 20대 혈관 확장술을 한 사례가 있었다. 그때부터 닥터눈을 믿고 사용하는 의사분도 있다.
글로벌 진출,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
최태근: 미국이 전세계 의료 시장의 30~40%를 차지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만큼, 미국에서 표준 기술로 인정 받는다면 다른 국가로 진출할 수 있다. 동시에 미국은 신장, 콩팥 대사 증후군의 국가로, 그만큼 환자가 많다. 미국은 의료 접근성이 낮아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서, 닥터눈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 진출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내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업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원래 의료 관련 업에 종사했는지?
최태근: 저와 이 CPO 모두 공대 출신이다. 어느 날 갑작스레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 환자 입장에서 갑작스레 질병을 앓게 된다는 것은 가혹하면서도 무섭다. 당시 진단을 해준 망막 전문의 임형택 의사는 의사의 마음으로, 저는 환자의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조기에 질병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창업을 하게 됐다.
이근영: 대학생 때 공학을 전공했는데 창업을 하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다. 그러다 2017년 아산 병원에서 주최한 빅데이터 대회에 참가해 수상을 하게 됐고, 최태근 대표를 만나 지금까지 오게 됐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최태근: 국내 의료 기술이 전세계 표준이 되거나, 세계인들의 삶을 바꾸는 기술이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다. 저희가 가진 기술은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에서 개발한 기술로 전세계 의학을 바꾸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