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바이오 | 2024-07-22

– [인터뷰] 메디웨일 최태근 CEO·임형택 CMO·이근영 CPO 공동
– AI 진단 프로그램 ‘닥터눈’으로 심혈관계질환 위험도 평가, 예방하는 시대 열어
– 작년말부터 국내서 ‘진단용 법정비급여’ 제품으로 사용…내년 FDA 허가신청 계획

[더바이오 이영성 기자] #46세 남성 김모씨는 최근 동네병원 혈압 검사에서 수치가 160/100으로 정상 범위보다 높게 나왔다. 의료 AI ‘닥터눈’으로 심혈관위험평가에서 43점을 받아 고위험군으로 분류됐고, 본인 동의를 통해 고혈압 약 처방을 받았다. 

국내 진단업체 ‘메디웨일’이 인공지능(AI)으로 사람의 망막 사진을 분석해 ‘심뇌혈관질환’ 위험도를 평가하고 이를 예방하는 시대를 열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비급여 진단이 시작됐고, 앞으로 세계 최대 진단시장인 미국 진출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메디웨일은 202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해당 제품인 ‘닥터눈 심혈관위험평가(이하 닥터눈, Reti-CVD)’ 허가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닥터눈은 많은 환자들의 망막을 각각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데이터들을 축적해 AI 분석값의 정확도를 크게 끌어올린 강점을 갖는다. 경쟁업체는 국내에서 전무하고, 전세계로 확장해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메디웨일은 이 분야 선두기업인 만큼 그동안 검진센터 등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 양도 독보적이다. 

닥터눈은 주로 안과와 내과에서 쓰이고 있다. 병·의원에서 환자의 망막 사진을 촬영하고 닥터눈을 통해 이를 분석을 한 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뇌졸증 등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실제 뇌졸증 환자가 아니어도 질환 발생 가능성을 ‘수치’로 보여줌으로써 이를 예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품의 목적이다. 

최태근 메디웨일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더바이오>와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설명했다. 최 대표는 “닥터눈은 현재 병·의원 외래에서 진단용 법정비급여 제품으로 쓰이고 있는데, 대학병원과 개원의 포함해 총 50여곳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이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급여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미국 시장에도 진출하기 위해 2025년 중반 FDA에 허가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비급여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항목이다. 크게 법정비급여와 임의비급여로 나뉜다. 이 중 신의료기술로 인정을 받으면 법정비급여로 분류되며, 건보 적용은 안되더라도 실손의료비 청구는 가능하다. 따라서 병원과 환자 입장에서 처방 부담은 줄일 수 있다. 닥터눈은 지난해 6월부터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로 허가받아 지난해 11~12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내과에서도 안과에서 주로 쓰는 ‘안저 카메라’를 구매해 사용할 정도로 닥터눈을 접한 의사들 사이에서 고무적인 반응이 나온다. 안과에서는 당뇨병에 관심이 많은 의사들이 당뇨병 합병증 리스크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메디웨일은 최 대표(33세)를 포함해 임형택 CMO(최고의학책임자, 43세), 이근영 CPO(최고제품책임자, 32세)가 2016년 공동창업했다. 최 대표가 2016년말 임형택 세브란스병원 안과 조교수를 만나 우연히 눈 검사를 받았던 게 그 시발점이다. 최 대표는 평소 건강에 자신을 보여왔지만 임 CMO로부터 빠르게 ‘녹내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최 대표는 “당시 진료 제안을 했던 임 교수에게 눈으로 조기진단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창업하자고 얘기하며 의기투합을 하게 됐다”고 창업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임 CMO는 싱가포르 안과연구소(SERI) 및 싱가포르 국립안과센터(SNEC)에서 의과학자 및 머신러닝 전문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임 CMO는 “관상동맥에 석회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통 비싼 CT 검사를 하는데, 닥터눈으로 분석을 했더니 심장 CT 기반의 관상동맥석회화지수와 5년 추적결과가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CMO는 “CT 대신 닥터눈으로 검사해 가까운 미래에 심근경색이 생길 수 있으니 예방적으로 처방약을 먹어야 한다는 등의 조언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닥터눈의 의미를 소개했다. 

특히 닥터눈의 강점은 최초로 질병 가능성을 수치화해 단계별 상황을 점검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임 CMO는 “AI가 눈에 나타나는 아주 미세한 혈관변화를 정량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다”며 “주기적으로 검사하면서 환자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는지, 혹은 5년 안에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으니 지금부터 고지혈증약이나 당뇨약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등의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닥터눈은 △고혈압(Hypertension) △제2형 당뇨병(Type2 diabetes) △고중성지질혈증(Hyper triglyceridemia)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 △중간에서 고위험 신부전(moderate to high risk CKD) 단계 진단을 통해 약 처방여부 등을 판단하고, 향후 △심혈관계질환(CVD) △심장-신장-대사증후군(CKM Syndrome) 단계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한다. 

다른 공동 창업자인 이 CPO는 앞서 서울아산병원에서 주최한 의료AI 콘테스트에서 2등을 하면서 최 대표에 눈에 들어왔다. 이 CPO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러브콜’을 보냈지만, 당시 사업을 하고 싶었던 상황에서 (최 대표가) 제안을 줘 좋았다”고 말했다. 

이 CPO는 “의료AI는 데이터 자체가 진입장벽이 될 수 있는데, 우리는 국내에서 검진센터 데이터들을 주로 모았고, 해외에서는 베이스라인(Baseline) 안저사진을 촬영하고, 관련 5년 이상 추적관찰 데이터 등도 많이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메디웨일은 현재 34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2021년 8월 시리즈A 30억원, 지난해 3월 114억원 규모의 시리즈B-1 투자금을 받았고, 초기 팁스 투자까지 15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시리즈B-2 자금 유치도 7월 내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