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 2020-09-23
바이오벤처 메디웨일 세계 첫 개발
망막 이미지 24만장 AI 딥러닝 촬영한 망막 이미지 투입하면 신장·심혈관위험 등 질환 파악
키·몸무게 등 신체정보 예측도 채혈없이 당뇨·빈혈 추적조사
향후 건강검진용 활용도 가능
눈 사진 하나만 있으면 키, 나이, 몸무게, 비만도 같은 기본 신체정보는 물론 고혈압·신장질환·근감소증 등 질병 유무까지 예측할 수 있는 의료용 인공지능(AI) 기술을 국내 벤처기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눈 영상 이미지만으로 건강검진을 대체하는 일도 가능해진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23일 토종 바이오벤처 메디웨일 최태근 대표는 “망막 영상을 분석해 나이와 성별 그리고 키와 몸무게를 예측하고 질병과 관련된 바이오마커를 찾아낼 수 있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며 “당뇨병 진단에 쓰이는 당화혈색소, 신장기능 검사에 사용되는 크레아틴 수치, 근감소증 여부를 판단하는 근육량, 심혈관 위험인자와 관련된 수축기·이완기 혈압 등도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메디웨일은 영상 분류에 널리 사용되는 AI 모델 ‘VGG-16’을 고도화해 20만개가 넘는 정상 망막, 병에 걸린 망막, 고혈압 환자 망막 등 다양한 망막 이미지를 학습시켜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메디웨일 공동창업자인 임형택 듀크·싱가포르 의과대학 교수는 “망막 사진 23만6257장을 AI에 집어넣어 학습시켰다”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을 통해 국내 자료는 물론 싱가포르 국립 안과병원·싱가포르 안과연구소에서 중국·인도·말레이시아인 데이터를 확보했고 중국 베이징 퉁런병원과 영국 바이오뱅크도 데이터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개발에 참여한 김성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눈은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피부를 절개하거나 드러내지 않고도 직접 혈관을 볼 수 있는 기관”이라며 “동공을 통해 보이는 투명한 유리체 너머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시신경은 뇌신경과 연결되고, 안동맥과 정맥은 전신 혈관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눈을 통해 들여다본 혈관이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등 다양한 질병과 연관돼 있다는 게 의학계 정설이지만 안과의사라도 망막 사진만 보고 나이나 성별까지 맞히기는 불가능했다”며 “하지만 AI 모델에 수많은 이미지를 넣어 딥러닝을 시킨 결과 나이와 성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환인자까지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확인돼 안과의사는 물론 의과학계가 모두 놀랐다”고 밝혔다. 메디웨일과 연구팀이 개발한 신체정보·질환 예측 AI는 의학 학술지 랜싯 디지털 헬스 10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랜싯은 영국에서 발행하는 세계적 의학 학술지로 랜싯 디지털 헬스는 디지털 헬스 분야를 다루는 전문 저널이다.
안질환·전신인자 간 연구 분야 석학인 웡 티엔 듀크·싱가포르 의과대학 교수는 “랜싯 디지털 헬스 논문 심사위원들은 이번 연구가 성별, 나이, 당뇨질환 등을 망막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기존 구글 연구를 재차 검증했을 뿐만 아니라 근육량, 크레아틴 수치 등 새로운 영역까지 개척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줬다”고 설명했다. 쳉 칭유 듀크·싱가포르 의과대학 교수도 “연구로 얻은 예측 가능인자를 잘 조합하면 망막 사진 한 장으로 심혈관 위험을 예측하고 신체 건강 상태를 한 번에 알 수 있는 포괄적인 지표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관련해 최 대표는 “만성 콩팥병은 미국에서 의료비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으로 지속적으로 의료·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데다 최근 들어 환자가 더 급증하는 추세”라며 “신장질환은 조영제를 넣고 촬영해야만 진단을 내릴 수 있지만 AI 기술 발달로 망막 영상을 통해 조기 진단·치료 후 경과 관찰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 교수 역시 “이번에 개발한 AI 기술이 탑재된 의료기기가 1차 의료기관·보건소 등에 보급되면 눈 촬영만으로 당뇨·빈혈 등 질환을 추적 검사할 수 있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빈혈을 추적 관찰하기 위해 매번 채혈할 필요 없이 주기적으로 망막 사진을 찍어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이 상용화되면 안질환뿐만 아니라 건강검진용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 교수는 “검진센터에서 촬영한 망막 사진을 분석해 필요한 검사를 선별해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등 건강검진용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