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 2023-12-24

  • 탄탄한 R&D로 기반 쌓은 ‘메디웨일’
  • 망막사진으로 심혈관 질환 확인
  • 최태근 대표 “미국 시장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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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근 메디웨일 대표 [사진=메디웨일]

 

“전 세계를 무대로 질병을 예방하는 데 이바지하는 한국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피검사가 아닌 망막 검사로 질병 위험을 인식하고 관리하는 세상, 메디웨일이 주역이 될 것입니다.”

메디웨일은 망막의 사진을 찍어 질병을 예측하는 기술, ‘닥터눈’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망막 사진을 찍은 뒤 이를 기반으로 심장질환을 예측하는 닥터눈은 이미 영국, 미국 등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을 기반으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 이후 43건의 특허가 한국과 중국, 유럽, 싱가포르 등에 출원됐고 이 중 22건이 등록됐다. 닥터눈의 기술력을 입증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 논문을 ‘란싯’과 같은 국제 학술지에 잇따라 게재하기도 했다. 닥터눈은 2020년 혁신 의료기기 지정에 이어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이러한 탄탄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메디웨일은 최근 기업 공개(IPO)를 위한 상장 주관사를 미래에셋증권으로 확정 짓고 상장 준비 작업에 나서고 있다.

최태근 메디웨일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2024년은 닥터눈이 새로운 심혈관 위험 검사를 위한 표준임을 인식하도록 만드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내후년에는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과학고를 거쳐 포스텍을 졸업한 최 대표는 과학고 선배이자 세브란스병원 안과 전문의인 임형택 교수에게 진료받던 중 오른쪽 눈에 심한 녹내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나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을 위해 망막을 기반으로 질병을 선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임 교수와 한 팀을 이룬 메디웨일은 이어 실력 있는 여러 개발자를 영입한 뒤 닥터눈을 개발, 본격적으로 임상 데이터 확보에 나섰다. 닥터눈에는 망막과 관상동맥, 그 외 데이터가 포함된 10만 케이스의 데이터가 학습돼 있다. 이는 망막 사진을 이용해 심혈관 위험인자를 예측하는 논문으로 발표됐다. 이어 한국과 싱가포르, 영국에서 수집한 22만 건의 데이터로 이를 재검증했다. 최 대표는 “모두 실제 심혈관 질환 발생 건을 포함하고 5년 이상 수집된 데이터를 사용한 만큼 검증 수준이 매우 높다”라며 “닥터눈이 아시아인과 백인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1100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망막사진만을 이용해 관상동맥 CT와 동등한 수준으로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함을 확인했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대규모 임상을 기반으로 망막 사진을 이용한 심혈관 질환 예측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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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저검사 후 닥터눈으로 결과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메디웨일]

 

이후 닥터눈은 병원 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갔다. 2020년 닥터눈은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다. 기존 치료법에 비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개선됐음을 입증한 닥터눈은 이어 품목허가까지 받으면서 진료 현장에서 사용해도 부작용, 위험이 적음을 확인했다. 올해는 국내 최초로 개발된 보건 관련 신기술의 우수성, 사업화 가능성을 인정받아 보건 신기술 인증까지 받았다. 닥터눈은 3년간 의료현장에서 비급여 처방이 가능하다. 최 대표는 “AI 의료 기술 중 최초로 외래 진료 시 사용할 수 있는 비급여 검사가 됐다”라며 “이는 압도적 성능과 임상 증거를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150여 병원에서 닥터눈을 도입,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매출이 발생한다. 최 대표는 “건강검진에서 하는 간단한 안저검사로 단 30초 만에 망막영상을 얻을 수 있다”라며 “이를 기반으로 심혈관 위험을 평가하는 만큼 빠르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검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혈관질환 위험검사를 위해 더 이상 큰 병원을 방문해서 CT를 찍거나, 옷을 갈아입고 누워 초음파 검사를 받을 필요없이 간단한 검사로 심혈관 질환 예방에 나설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메디웨일은 그동안 닦아왔던 기술을 토대로 내년부터는 닥터눈이 심혈관 위험검사를 위한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대학병원부터 시작해 의사, 심장내과 전문의 등 의료계와의 컨센서스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내후년에는 미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IPO를 진행하는 이유 역시 단지 국내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세계 의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최 대표는 “간단한 눈 검사로 질병을 예방한다는 우리의 목표는 처음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았다”라며 “그래서 지금까지 기술을 검증하는 데 집착해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개발한 의료 기술이 전 세계 의료 현장을 바꿔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라며 “한국 의료기기 회사 중에는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없는데, 메디웨일이 그 정도 영향력을 가진 브랜드가 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